무등산의 연인 시인 김영환님의 『오랜 침묵의 향기

육사생 2010. 4. 9. 21:01

무등산의 연인 시인 김영환님의 오랜 침묵의 향기』

 

 

 

 

 

서석대, 입석대는 광주시민의 정서가 배어있는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그러나 건강의 문제로 그곳에 가보지 못한 사람도 많습니다.

 

복지관에서 요가, …를, 노인대학에서 선, …에 대한 강의를 하시는 시인 김영환선생님은 서석대와 입석대에 자주 가십니다. 산에서 자주 만날 때마다 선생님은 저의 손을 덥석 잡습니다. 그런데 이런 결례가……. 저의 손이 너무 차가워서 8순이신 선생님께 드리고 싶은 정표인 따뜻함을 드리지 못합니다.

 

선생님께서는 건강의 비결로 요가에 대한 강조는 안 하시고 “산과 친하면 건강을 갖는다.”고 하십니다. 선생님의 시집 『오랜 침묵의 향기』를 같이 읽고 선생님의 따듯한 정을 나누고 싶습니다.

 

선생님! 만수무강하시고 마음껏 봉사하시고 언제나 즐거우시기 바랍니다.

 

 

 

 

인생의 노래

 

부귀영화 누리옵고

금은보석 치장해도

내 한 생명 죽어지면

이 모두가 허사로세

 

살아생전 건강하고

자유로이 활동할 때

세상사는 재미있고

사는 보람 누린다네.

 

때가 되면 가는 인생

살아생전 덕을 쌓아

인심이나 남겨 놓고

떠날 때는 웃고 가세.

 

미운 사람 고운사람

차별 없는 사랑으로

마음 문을 활짝 열어

빈 맘으로 살다 가세.

 

 

 

자연

 

자연은 말이 없으나

말을 하고 있는데

 

자연은 숨소리가 없으나

숨을 쉬고 있는데

자연은 변하지 않으나

지금도 변하고 있다.

 

자연은

대 우주와 교류하며

 

한 생명의 뿌리로

서로 돕고 살아간다.

 

 

 

꽃의 애가(哀歌)

 

젊은이들이여

더 노래 불러주구려

난 노래 소리가 들리면

기뻐 춤을 춥니다.

 

그러나 조심해 주세요.

내 옆을 지날 땐

조심조심 걸어가 주세요.

나에게 점점 가까워지면

난 와락 겁이 납니다.

 

혹시나 밟힐까

또 꺾이울까……

 

난 산비탈 바위틈에

외롭게 살고 있지만

그래도 이곳이

내 보금자리랍니다.

 

내 먼저 자란 언니가

어느 날 두 젊은 남녀의

사랑을 받고

비참히도

상처를 받았답니다.

 

바로 이것이

그가 꺾인 자국입니다.

 

그 후

난 마냥 쓸쓸해

밤마다 별을 향해

눈물집니다.

 

제발 나만은 꺾지 마세요.

이것만이 간절한 소망입니다.

 

이렇게 홀로 쓸쓸해도

그런대로 내버려 두세요.

 

그대들의 지나친 사랑은

우리에겐 슬픈 상처랍니다.

 

제발 자유롭게 살게 해주세요.

오래오래 이곳에

머물게 해주세요.

 

 

 

산(山)

 

산은

어머니 품안처럼

온갖 생명들을 감싸준다.

 

산은

먼 먼 태고적부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여여 자연 그대로다.

 

봄이면 꽃

여름엔 녹음

가을이면 단풍

겨울엔 백설

철따라

옷이 바뀌는 산

 

산은

그 어떤 욕심도 바램도 없다.

 

우린 산의 참모습에서

대 자연의 순리와 덕을

배우고 깨닫는다.

 

그러기에

산은

법이요

진리요

스승이다.

 

산을 닮자

산처럼 살자

산은

영원한 우리의 고향

 

그 품에 안기는 날

한 점 부끄럼 없는

우리가 되리.

 

 

 

 

꽃은 계절 따라

스스로 핀다.

 

꽃이 피면

벌 나비 날아들어

꿀을 훔쳐 달아나도

꽃은 말없이 웃고만 있다.

 

짓궂은 실바람이

꽃 날개를 건드리면

꽃은 수줍어 움츠리고

 

여명을 깨고

태양이 솟으면

꽃은 새 신랑 맞듯

가슴을 연다.

 

무심코 핀 꽃들은

환한 얼굴로

이 세상 모두를 밝혀 준다.

 

그 안에

참 평화가 있다.

 

 

 

 

이것이 인생

 

세상에는

하늘 보고 울고

땅을 치고 울고

소리 없이 우는 이들이 있다.

 

괴로워서 울고

슬퍼서 울고

억울해서 울고

기뻐서도 운다.

 

어머니 뱃속에서

나올 때부터

울고 나왔으니

 

어차피

인생은 울어야 하나 보다.

 

 

 

 

말에도 씨가 있다

 

세상 사람들아

생각나는 대로

함부로 뱉지 말라.

 

말은 공간으로

금방 사라지지만

말의 ‘씨’는 남아 있나니

 

그 ‘씨’가 언제 어떻게

무엇으로 싹틀지 아느냐.

 

독기가 서린 말은

독의 씨가 되고

 

선이 어린 말은

선의 씨가 되나니

 

말 속에

무서운 칼과

아름다운 보물

있음을 알라.

 

 

 

 

눈가림의 세상

 

세상은, 인간은

안 듯 모른 듯

눈가림으로 살아간다.

 

어느 게 진짜고

어느 게 가짜인지

 

어느 게 옳고

어느 게 그른지

분별없이 살아간다.

 

세상은 요지경 속

권모술수의 눈가림 속

눈뜬 봉사되어

영문 모른 채 살아만 간다.

 

 

 

 

나의 마지막 소망

 

내 영혼은

우주 영계로부터 왔고

 

내 생명은

부모로부터 얻어진 것들이다.

 

지상에서

맡은 바 사명 다하고

운명(殞命)하는 날

내 시신은 기증키로 했다.

 

안구나 장기는

필요한 분들께 봉사하고

남은 시체는

의학도들의 실습용으로

이용하라 했다.

 

난 거추장스런

장례식도, 분묘도, 제사도

필요 없다

 

죽음에 대한 공포도

초월한 지 오래다.

 

욕심을 비운 채

내 아호 ‘竹空’처럼

살다 가련다.

 

이 세상 모든 것

털털 털고

내 영혼 밝은 빛 따라

 

선도, 악도,

인과도, 윤회도 없는

평화스런 우주 영계로

 

뒤도 보지 않고

떠나가련다.

(언제고 운명시 내 시신을 원광대학병원에 기증키로 함)

 

 

 

竹空 金

 

나주출생, 목포고등학교, 중앙대학교 철학과, 통일주체 국민회의 대의원(초대) 나주읍, 국민정신교육 내무부 위촉강사, 사단법인 한국시우회 광주․전남지부장, 인애평화노인대학(현재), 요체압운동 사범(현재).

 

문 단

「한국시」신인상 수상(1997), 「한국시」문학대상 수상(2000), 나주문학 회원, 전남문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저 서

희곡〈도약〉, 첫 시집〈오랜 침묵의 향기〉, 2집〈거미줄 인생〉, 3집〈바람처럼 강물처럼〉, 〈피와 땀과 눈물로 이룬 인애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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