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이 사무치는 시인 윤용현의 그리운 어머니
어머니
홀로는
보내드릴 수 없어서
잡고 잡았습니다만
한사코 가신다기에
보내 드렸습니다.
당신을 두고
떠나는 발길은 자꾸만
뒤만 돌아보게 합니다.
이토록 마음 저려
잠을 못 이루게 하는 것은
당신이 맞이할 긴 밤이
너무 길기 때문입니다.
어스름한 전구 불에
당신 마음 걸어 두고
문틈으로 새어 들어온
별들을 샘하고 계실
당신을 생각하니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수많은 시간들
수많은 사연들
햇대보에 가려져 있는
당신의 모습은 볼 수가 없네요.
어머니 내 어머니
흰 머리 가지런히
곱게 빗어 올리고
물뭍은 손 머리
쓰다듬던 내 어머니
늦가을 갈잎 타는
옹이 박힌 마른 손
소나무 뿌리 엉키듯
굵어진 손등
자식들 머리 맞대고
밥 먹자던 내 어머니
팔학년 구반이신
내 어머니 품안은
샛노란 병아리
솜털처럼 따뜻하다.
어머니 임종하시던 날
짙은 안개 속
거친 숨소리
손 한번 잡지 못 하시고
사흘을 밤낮 주무시더니
눈 한번 떠보시고
졸린 듯 하품 하시고는
석양빛 식어가 듯 싸늘한 내 어머니
이제사 알았습니다.
누굴 못 믿어 그리
힘들어 하셨는지
그리도 눈감지 못하셨는지.
살아생전
남을 위한 고운 마음
자식들 머리 맞대고
밥 먹자던 내 어머니
이제 보고 싶어 어찌 하랍니까
떨어진 눈물을 어찌 닦으시려고요
예쁘게
예쁘게
화장하신 어머니 얼굴은
그렇게 예뻐 보였습니다.
어머니
내 어머니
달빛에 그린 모정
-어머님 제삿날-
먹구름 짓눌러서
떠오른 환한 얼굴
흰 머리 가지런히
고이 빗어 올리고
병아리 솜털처럼 이나 따뜻한 저 둥근 달
별빛을 쓸어 모아
떡 방아 찧던 어머니
문틈 사이 향내 나는
방 안 공기 둘러보시고
빈 가슴 가득 채워서 영생 극락 하시네.
윤용현 약력
전남 해남 출생
[문학춘추]시 등단
문학예술시조 신인상
현대문학시조신인상
문학춘추작가회원
광주문인협회 회원
시류문학회원
2000 청백봉사상 수상
녹조근정훈장 수상
저서 시집<내 가슴에도 봄은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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