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이 사무치는 시인 윤용현의 그리운 어머니

육사생 2014. 7. 8. 21:08

효성이 사무치는 시인 윤용현의 그리운 어머니

 

어머니

 

홀로는

보내드릴 수 없어서

잡고 잡았습니다만

한사코 가신다기에

보내 드렸습니다.

 

당신을 두고

떠나는 발길은 자꾸만

뒤만 돌아보게 합니다.

 

이토록 마음 저려

잠을 못 이루게 하는 것은

당신이 맞이할 긴 밤이

너무 길기 때문입니다.

 

어스름한 전구 불에

당신 마음 걸어 두고

문틈으로 새어 들어온

별들을 샘하고 계실

당신을 생각하니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수많은 시간들

수많은 사연들

햇대보에 가려져 있는

당신의 모습은 볼 수가 없네요.

 

 

어머니 내 어머니

 

흰 머리 가지런히

곱게 빗어 올리고

물뭍은 손 머리

쓰다듬던 내 어머니

 

늦가을 갈잎 타는

옹이 박힌 마른 손

소나무 뿌리 엉키듯

굵어진 손등

 

자식들 머리 맞대고

밥 먹자던 내 어머니

팔학년 구반이신

내 어머니 품안은

샛노란 병아리

솜털처럼 따뜻하다.

 

 

어머니 임종하시던 날

 

짙은 안개 속

거친 숨소리

손 한번 잡지 못 하시고

사흘을 밤낮 주무시더니

눈 한번 떠보시고

졸린 듯 하품 하시고는

석양빛 식어가 듯 싸늘한 내 어머니

 

이제사 알았습니다.

누굴 못 믿어 그리

힘들어 하셨는지

그리도 눈감지 못하셨는지.

살아생전

남을 위한 고운 마음

자식들 머리 맞대고

밥 먹자던 내 어머니

이제 보고 싶어 어찌 하랍니까

 

떨어진 눈물을 어찌 닦으시려고요

예쁘게

예쁘게

화장하신 어머니 얼굴은

그렇게 예뻐 보였습니다.

어머니

내 어머니

 

 

달빛에 그린 모정

-어머님 제삿날-

 

먹구름 짓눌러서

떠오른 환한 얼굴

흰 머리 가지런히

고이 빗어 올리고

병아리 솜털처럼 이나 따뜻한 저 둥근 달

 

별빛을 쓸어 모아

떡 방아 찧던 어머니

문틈 사이 향내 나는

방 안 공기 둘러보시고

빈 가슴 가득 채워서 영생 극락 하시네.

 

윤용현 약력

전남 해남 출생

[문학춘추]시 등단

문학예술시조 신인상

현대문학시조신인상

문학춘추작가회원

광주문인협회 회원

시류문학회원

2000 청백봉사상 수상

녹조근정훈장 수상

저서 시집<내 가슴에도 봄은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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