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 도 ♡
하얀 뭉게구름이 두둥실 펼쳐진 오후의 바닷가.
모래밭에 홀로 앉아서 끝없는 수평선을 바라본다.
어디서 오는 것인지 조잘거리는 파도가 끝없이
나에게 몰려와 흰 물거품이 되면서 부서진다.
파도는 차례대로 와서 차례대로 부서진다.
나는 작은 모래성을 쌓고 파도는 부순다.
그래도 쌓으면 부셔주고 또 쌓으면 부수면서
어느덧 파도는 나의 좋은 친구가 된다.
파도는 내가 좋아 자꾸 올라오면 나는 뒷걸음친다.
우리는 많은 말을 주고받으면서 나는 속삭인다.
파도야! “나의 괴로움도 얼른 하나씩 모두 부셔다오”
그래도 어둡기 전에 정든 너의 곁을 떠나야 된단다.
☺ 이 시는 ☺
저물어가는 66년의 추운 겨울의 초저녁 퇴근길 순천시 남내동 뉴욕제과점에 빈속을 조금 달래기 위해 들어갔을 때 방금 빵과 우유를 마시고 나아간 순천여고생이 앉았던 탁자 위에 있던 메모지에 적힌 글이었습니다.
제목이 없어서 누구의 시를 적은 것인지, 자작하던 시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저도 시를 좋아했기 때문에 메모지를 전해주기 위하여 항상 윗옷 주머니에 넣고 다녔으나 다시는 그 여학생이 눈에 띄지 않아서 전해주지 못하고 74년 순천을 떠나올 때는 메모지가 닳아서 노트에 옮겨 적으면서 차라리 그 때 순천여고에 가서 선생님들에게 돌려주도록 의뢰하였으면 됐을 것인데… 후회를 많이 하였습니다.
지금 중년 후반일 그 여학생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이 시를 보면서 그립고 아름다운 추억을 되새겨 본다면 긴 세월을 간직하다가 올린 보람이 있겠습니다.